담양 연동사 탐방

 

여러 가지의 이유가 있겠지만

요즘의 내 신행생활은 가히 정적! 그 자체다.


부처님을 늘 마음에 새기며 산다고는 하나

꾸준한 수행을 하지 않는다면 不退轉의 지위는

來生 내 내생에도  꿈도 꾸지 못할 처지이다.


오늘은 맘을 먹고 그간 積阻했던 도반들이라도

만나기 위해 연동사로 출발했다.


미리 연락도 안했던 터라 도반들을 만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때그때의 상황을 내게 주어진

인연으로 받아들이는 習이 되어져 온 나로서는

아무래도 좋았다.


1시간여를 달려서 도착한 연동사는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그대로의 꾸밈없이 담박한 느낌을 주는 절이었다.


요사채 위쪽의 지장보살 입상을 보기 위해 가파른 계단을 올랐다.

벽 쪽에 고려시대 벽화가 참 인상적이었다.

고려시대의 유물이라~

켜켜이 쌓여져온 세월의 중압감이 벽화의 아름다움 속에서

묘하게 다가왔다.

고려시대부터 2009년 지금의 시간까지라...

묘한 기분이 들었다.


스님을 친견하기 위해 스님이 거처하시는 곳으로 올랐다.

말간 얼굴의 인자하신 기운을 가지신 스님은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스님의 얼굴처럼 맑은 차를 따라 우리 모두에게 주셨다.

천방지축인 우리 태경이도 모처럼 찻잔을 들고 폼을 잡았다.^^


공양을 들기 위해 자리를 요사채로 옮겼다.

옆 텃밭에서 기른 채소들로 만든 소찬들이었다.

그 흔한 다시다, 설탕 등의 맛내는 조미료들은 넣지 않은

자연의 맛이 느껴졌다. 



소정이는 스님과 단들이 겸상을 하는 영광을 누렸다.아마 편식하는 소정이로서는 참 힘든 공양 시간이었을 터이다.^^

허나 이 공양이 내 밥상 위에 오기까지 애쓰신 모든 분들을 생각한다면

소정이에게도 참으로 감사하고도 귀한 시간이 아닐 수 없을 것이었다.

스님과 겸상으로 공양을 드는 소정이를 보면서

소정이에게 조만간 五觀偈를 가르쳐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오관게는 스님들께서 공양을 들기 전에

감사의 마음을 챙기기 위해 외우는 게송이다.)


뜻밖에 약속이나 한 듯 도반들이 찾아와 만날 수 있었다.

좋은 사람들과 오랜만에 만나 차를 마시며 나누는 담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기도하다.

알고 보니 그 곳 스님과 개는

<세상에 이런 일이>에도 출연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그때는 두 마리의 개가 있었는데

스님이 부는 대금 소리에 맞춰 노래를 불렀던 기억이 났다.


지금은 한 마리만 남아있었는데
아주 나이가 많이 들어보였다.

얼마 전에 새끼를 낳아서 고물고물한 강아지들까지 여러 마리 있었다.

사람으로 치면 노익장을 과시한 격이었다.

아궁이 속에서 내내 지내던 새끼들을

스님께서 처음으로 세상 밖으로 내어놓았다.

땅위에 납작 엎드려 덜 덜 떨던 새끼들은 얼마 안 있어 짖기도 하고

서로 장난을 치며 놀기도 하는 것이었다.

애들이 너무 너무 좋아해서 보기도 좋았지만,

돌아 올적엔 엄청 서운해 해서 미안하기도 했다.

애들은 집에서 동물 기르는 것을 원했지만

내가 강력히 반대해서 그러질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도 아이들도 간만에 마음 흡족한 시간을 보낸 것 같아

뿌듯해지는 귀가길이 되었다.


음력 보름엔 저녁부터 노천 법당에서 법회가 있다고 한다.

달빛의 기운과 어우러진 불자들의 간절한 기도 에너지가

이 깊은 산에서 또 하나의 작은 불국정토를 이룰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이 저녁 오늘의 일들을 정리해보면서

이제는 좀 더 나 자신의 영성 개발에 대해 진지하게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생각 했다.


나는 늘  나를 깨달음의 세계로 인도해줄  스승을 만나기를

간절히 원했지만 내 마음이 스승을 만날 만큼

충분히 下心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지 하는

반성의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언젠가는 나에게도  뒤를 따라 배우고픈 위대한 스승을 모시게 되기를

간절히 발원하면서 깊어지는 밤을 맞이하고 있다.


by 크리스탈 | 2009/08/02 23:01 | 신변잡기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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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자신만만 후 at 2009/08/05 20:07
오늘도 살며시 다녀갈라고만 했는데
연동사이야기를 읽으며 힘들게 걷지 않아도 맑은 공기 마시며
연동사에 앉아 개운하게 마음다지기를 하게 해준 언니가 고마워 몇자 적습니다. ㅎㅎ 아무 생각없이 잘 살고 있다가 불현듯 내 생활에 대해서 의심하게 될때 해일처럼 밀려오는 허무함을 언니 글로 다시 붙들어맵니다.
Commented by 크리스탈 at 2009/08/05 23:34
인생이 원래가 허무한거여~ 그래 정말 그렇지!! 하고 찐하게 아는게 또 하나의 깨달음이라고 할 수 있지~ 무상함을 절절하게 알고 바라보는 세상은 그 이전과는 다른 세상일게지~ 담 만남때까정 잘 지내드라고~^____^*
Commented by 오바니 at 2009/09/03 11:55
울 언니는 어릴 때도 동물을 안 좋아했습니다. 귀여운 생쥐를 키우던 저와 동생에게 쥐를 내보내던지, 니들이 나가라고 했습니다. 아마도 소정이와 태경이는 동물을 키워볼려면 독립(?)할 때까지 기다려야 할 듯~ ㅋ
Commented by 크리스탈 at 2009/09/05 18:17
네! 맞습니다. 그래서 그때 니들 이모한테 가서 키우거라 했쮸~ 귀농은 그려서 좋은 거 가터유~~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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